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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를 내고도 우리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면, 그게 진짜 협상력 아닐까요? 2026년 3월,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까지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저희 회사 창고에 쌓인 수출용 메모리 박스들을 보며 동료들과 담배를 태우던 그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수세적으로만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미국 관세 폭탄과 반도체

     

    관세 폭탄 속 슈퍼사이클, 현장의 진짜 온도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는 사실상 전방위 무역 장벽입니다. 여기서 보편적 기본 관세란 특정 국가나 품목에만 적용되던 기존 관세와 달리, 미국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최소 10%를 매기겠다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첨단 반도체 분야는 25%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지난주 저희 팀 회의에서는 '관세 전가 비율'을 놓고 하루 종일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현지 유통사들은 "관세를 너희가 부담하지 않으면 주문량을 줄이겠다"며 압박했고, 경영진은 마진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수치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관세가 10% 포인트 인상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연간 약 35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7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바로 이 시점에 반도체 업계에는 '슈퍼사이클'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6년 보고서에서 AI 서버용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전년 대비 4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출처: Gartner). HBM이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적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AI가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핵심 부품이죠.

    저는 최근 미국 직구 사이트에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려다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120만 원대에 살 수 있던 모델이 어느새 150만 원을 훌쩍 넘어가 있더군요. 관세 영향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가격 상승 폭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게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관세의 실체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컨퍼런스 콜에서 "HBM3E와 HBM4 시장 주도권은 여전히 한국이 쥐고 있지만,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기 전에, 우리가 가진 기술적 우위가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통상전략의 본질, 구걸이 아닌 강대강

    미국의 이번 관세 정책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패권주의의 산물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압도적인 국가에게 관세를 매기는 건, 결국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원가 상승과 소비자 물가 인상을 초래하는 자해 공갈식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비디아나 애플이 당장 삼성과 하이닉스의 HBM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핵심이 있습니다. 바로 '대체 불가능성'이라는 무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세 때문에 수출이 망할 것"이라는 공포에 매몰되어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군요.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내 제조 기반이 없는 첨단 기술은 더 이상 국가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며 관세를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는 하루아침에 옮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합니다. 다음 세 가지 방향이 핵심입니다.

    •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관세를 내고도 한국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 단순한 관세 면제 구걸이 아닌,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강대강 협상을 펼쳐야 합니다.
    • HBM4, HBM5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기술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무역 협상에서 진짜 힘은 협상 테이블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우리 없이는 안 된다는 걸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 그게 진짜 협상력입니다. 2026년 2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범부처 통상 현안 특별 포럼을 열고 대미 협상단을 파견했지만, 솔직히 이런 방어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반도체 업계는 슈퍼사이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건, 결국 자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논리를 명확히 하고, 기술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관세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현장은 분명 어렵습니다. 창고에 쌓인 박스들을 보며 불안해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반도체 없이는 미국의 AI 혁명도, 빅테크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걸요. 지금은 협상력이 아닌 기술력이 최고의 통상 전략이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수세적 대응을 넘어, 우리의 강점을 더욱 키워나가는 공세적 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6030578211